PER이 높으면 무조건 고평가일까?
높은 PER은 비싸다는 뜻일 수 있지만, 비쌀 만한 이유가 있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주식의 PER이 30배, 50배처럼 높으면 흔히 “너무 비싼 주식 아닌가?”라는 생각부터 듭니다. 반대로 PER이 낮으면 싸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PER은 주가가 적정한지 판정해 주는 점수가 아닙니다. 현재 이익에 비해 시장이 얼마의 가격을 지불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PER이 높은 이유를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높은 PER은 무엇을 의미할까?
PER은 다음과 같이 계산합니다.
PER = 주가 ÷ 주당순이익(EPS)
기업 전체 기준으로는 시가총액 ÷ 순이익으로 볼 수 있습니다.
주가가 50,000원이고 EPS가 2,000원인 기업이라면 PER은 25배입니다. 같은 이익을 내는 기업보다 주가가 높다면 PER도 높아집니다. 시장이 현재 이익보다 높은 가격을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문제는 왜 더 높은 가격을 인정하고 있느냐입니다.
높은 PER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경우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성장 기대입니다.
A기업과 B기업의 현재 EPS가 모두 1,000원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A기업 주가는 15,000원이라 PER이 15배이고, B기업 주가는 30,000원이라 PER이 30배입니다.
현재 숫자만 보면 B기업이 훨씬 비쌉니다. 하지만 다음 해 B기업의 EPS가 2,000원으로 증가한다면 주가가 그대로라는 가정 아래 PER은 15배로 내려갑니다.
즉 시장은 현재 이익뿐 아니라 앞으로 벌어들일 이익까지 주가에 미리 반영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 경쟁력이 강하거나 높은 수익성을 장기간 유지하는 기업, 시장 자체가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도 비슷한 이유로 높은 PER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PER이 높은 주식은 괜찮은 걸까?
그렇다고 높은 PER을 항상 성장의 증거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PER에는 미래의 기대가 반영되지만, 그 기대가 실제로 실현된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입니다.
현재 EPS가 1,000원이고 주가가 50,000원이라면 PER은 50배입니다. 그런데 다음 해 EPS가 1,100원으로 10% 증가하는 데 그쳤다면 주가가 그대로라는 가정 아래 PER은 약 45배입니다.
여전히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기대했던 성장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높은 PER을 정당화하기 어려워집니다. 특히 이미 높은 성장률이 주가에 반영된 기업은 좋은 실적을 내는 것만으로 부족하고 시장의 높은 기대까지 충족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PER이 갑자기 높아졌다면 주가만 보지 말자
PER이 높아지는 이유는 주가 상승만이 아닙니다. 공식의 분모인 EPS가 감소해도 PER은 올라갑니다.
주가가 20,000원으로 그대로인 기업에서 EPS가 2,000원일 때 PER은 10배입니다. 그런데 일시적인 비용 증가로 EPS가 500원까지 감소하면 PER은 40배가 됩니다.
주가는 한 푼도 오르지 않았는데 PER은 네 배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PER이 높은 기업을 볼 때는 주가가 올라서 높은 것인지, 이익이 줄어서 높은 것인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경기민감 기업에서는 특히 중요합니다. 업황이 나빠져 이익이 급감한 시기에는 PER이 오히려 높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높은 PER을 볼 때 확인할 것
- EPS가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가?
- 현재의 높은 성장률을 몇 년이나 유지할 수 있는가?
- 같은 산업의 경쟁 기업과 비교했을 때도 PER이 높은가?
- 최근 PER 상승이 주가 상승 때문인지 이익 감소 때문인지 확인했는가?
- 예상 실적이 이미 주가에 지나치게 반영돼 있지는 않은가?
결국 높은 PER에서 중요한 것은 숫자의 높이가 아니라 높은 가격을 뒷받침할 만한 이익이 앞으로 만들어질 수 있느냐입니다.
PER 50배는 비싸고 PER 10배는 싼 걸까?
이렇게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산업마다 성장률과 사업 특성, 자본 구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소프트웨어 기업과 성숙한 제조업 기업의 PER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같은 기업도 성장 단계에 따라 적정하다고 평가받는 PER 범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PER은 주로 같은 업종의 비슷한 기업, 해당 기업의 과거 PER, 예상되는 이익 성장률과 함께 비교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PER이 높으면 주가가 반드시 떨어지나요?
아닙니다. 이후 이익이 빠르게 증가하면 높은 PER이 낮아질 수 있고 주가가 더 오를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성장 기대가 무너지면 높은 PER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PER은 몇 배부터 높다고 하나요?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절대적인 기준은 없습니다. 산업과 성장률, 금리 환경, 기업의 과거 평가 수준 등을 함께 봐야 합니다.
성장주는 왜 PER이 높은 경우가 많나요?
현재 이익보다 미래 이익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가 주가에 먼저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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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은 높고 낮음을 가르는 시험 점수가 아닙니다.
한 줄 정리: PER이 높다는 사실보다, 그 높은 PER을 미래의 이익이 감당할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